콘돔과 세탁기가 여성에게 가져다준 변화 (아들에게 보내는 성교육 편지)
여성의 시대적 인권 변화
'엄마, 저기 여자가 운전하고 있어요!'
아빠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 손을 잡고 가다가 아빠의 엄마에게 했던 말이야.
지금 이런 말은 하면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당시 손을 잡고 있던 아빠의 엄마도 조금은 신기하듯 그 여성 운전자를 바라봤던 기억이 나. 그래, 당시만 해도 운전을 하는 여성은 흔하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정말 희귀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지.
놀랍게도 말이야.
한 국민의 권리를 대표하는 선거권의 경우, 여성이 선거권을 가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몇몇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여성 선거권이 허용되기 시작했단다. 스웨덴의 경우, 자유시대(Frihetstiden, 1718~1771)의 영향으로 일부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어. 이어 코르시카 공화국(1755), 핏케언 제도(1833), 맨섬(1881), 프랑스빌(1889)등으로 여성의 선거권이 확대되기 시작했지. 하지만 이들 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존재했었고 독립국이 아닌 경우가 많았단다. 1756년, 리디아 태프트는 식민지 북아메리카에서는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여성의 투표를 허용했어. 영국령인 매사추세츠 식민지의 뉴잉글랜드 타운미팅에서 3건 이상의 표결에 참여했고, 뉴저지주에서는 재산을 가진 미혼 여성에 대해 1776년부터 1807년까지 선거권을 인정했지. 이러한 역사적 흐름이 이어진 뒤, 현존하는 독립국 중에선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어. 불과 130년 전 일이란다. 인류 역사의 오랜 시간에 비하면, 130년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란다.
전근대 시대,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져 재산관, 교육권, 정치 참여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받지 못했었어. 근대에 이르러서야 참정권과 교육권 그리고 재산권이 보장되며 여성 인권은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어.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었고, 영성의 독립이 강화되었지. 현재는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과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단다.
이것을 돌이켜 보면 근래에 이르러 여성의 시대적 인권 변화는 가히 광속급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어.
이는, 시대 자체의 급격한 변화를 대변해 주기도 해.
콘돔과 세탁기, 분유.
그리고 여성의 해방?
한 유명 강사가 TV에 나와 콘돔과 세탁기 그리고 분유가 여성을 여성을 해방하고 남녀평등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어.
가사노동이 해방되어야 남녀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구호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물질적 조건과 기반이 필요하다는 거야. 과거 결혼의 모습은 남자는 직장노동으로 외조를 했고, 여성은 가사노동으로 내조를 하는 시스템이었어.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가사노동 해방으로 가능한 것이었지. 세탁기는 빨래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고, 분유는 수유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야. 여기에 또 하나. 콘돔이란 피임 기구는 더욱더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해.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고, 임신 그 자체가 '선택'이란 개념으로 그 패러다임이 크게 바뀐 역할을 했으니까 말이야. '원하는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건 원시 시대로부터 전해져 오던 생존의 방식이 완전하게 바뀌었다는 걸 뜻해.
물론, 이러한 배경엔 남자의 역할도 크다고 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엌엔 얼씬도 하지 않았던 남자들이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으로 거듭나고 있고 육아와 가사 노동은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으니까. 이제는 남자도 생존하려면(?) 육아와 가사 노동에 큰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된 거야.
정리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성의 인권은 급격하게 변화되었고 그 변화를 이끄는 데에는 물질적인 조건과 남녀의 협동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거야.
남성과 여성,
적이 아닌 동지로
아빠가 대학교 1학년 때였어.
캠퍼스를 거닐다, 한 여학우가 전해준 종이 한 장을 받았어. 거기엔, '빨간 모자'라는 동화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어. 그런데, 내용이 좀 끔찍했단다. 늑대에게 위협을 받는 소녀를 어느 한 나무꾼이 구해줬는데, 갑자기 그 소녀가 나무꾼을 죽이며 '내가 언제 도와 달라고 했나요?'라고 말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어. 잠시 멍하니 길에 서서,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걸까... 를 한참 생각했던 것 같아. 나중에야 알았지. 그 전단지는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을. 너무나 극단적인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여성이 억압되어 왔으면 이러한 표현이 나온 걸까... 란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
여성의 인권이 급격히 확대되고.
남녀평등과 여성해방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면서, 우리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급진적인 변화는 변화하는 쪽과 변화지 못한 쪽 모두에게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게 마련이지.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멈추려 하지 않고, 이러한 멈추지 않음은 서로에게 오해와 갈등을 남기게 되면서 남자와 여자는 적으로 갈리고 있는 모양새야. 더더군다나 지금 세상은 무언가를 나누고, 선을 긋고, 너와 다르면 틀리다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이데올로기의 전쟁터가 된 상황이라 아빠는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도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너희는 여성 인권 변화와, 시대적 흐름의 뒤바뀜을 잘 읽어내야 해.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한 채,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다.
세상의 변화는 그냥 일어나지 않아.
무언가 이유가 있기에 생겨나는 거야. 그 이유는 대개 '생존'과 관련되어 있단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는 존재야. 생존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건, 환경이 바뀌었다는 걸 뜻해. 환경이 바뀌었다는 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야. 남자와 여자. 그 외 다른 또 다른 성이 생겨나는 이유. 그 '성(性)'들의 역할 변화.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받아들여야 할 것과, 그러하지 않은 것. 이해해야 할 것과, 그와 별개로 수용해야 할 것과 말 것들.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거나, 가치관의 유연성을 가지지 못하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기 매우 어렵게 될 거다.
지혜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시대를 읽어라.
여성의 인권 변화와, '성'과 '성'으로 마주하는 관계를 잘 파악해라. 콘돔과 세탁기 그리고 분유가 가져다준 사회적 변화를 체감해라.
아빠는 이것이, 어느 다른 통찰보다 더 중요한 삶에 있어 꼭 필요한 생존의 지혜라고 믿고 또 믿는다.
- 저자
- 스테르담
- 출판
- 다른상상
- 출판일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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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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