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성교육 편지

IQ, EQ보다 중요한 '성인지 감수성'

스테르담 2024. 5. 2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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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IQ가 몇이야?
(EQ는? SQ는? NQ는?)

 

아빠의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IQ는 최대의 화두였단다. 'IQ(Intelligence Quotient)'는 잘 알다시피 '지능 지수'를 말하는 용어야. 독일의 정신학자 윌리엄 스턴(William Stern)이 1912년 '인지'를 점수화하며 생겨난 개념이며 오늘날 일상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되었었지. 누구든 IQ가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반대로 IQ가 낮다는 이야기는 죽기보다 더 듣기 싫었던 기억이 나. 네 IQ보다 내 IQ가 더 높다거나, 너보다 내가 더 똑똑하다고 친구들끼리 아웅다웅하던 추억이 떠오르는구나.

 

재밌는 건, 이러한 개념 또한 시대가 흐르며 변화하고 더 똑똑해진다는 거야.

'IQ'가 생겨난 뒤 얼마 안 되어, 사회적으론 'EQ'란 말이 나오게 되었어. 'EQ'는 'Emotional Quotient)'라는 말로 '감성 지수'를 말해. 이는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의 저서 '감성 지능)'에서 유래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어. 머리의 똑똑함은 물론 마음의 지능지수 또한 높아야 한다는 이론이야. 사이코패스란 말을 들어봤을 거야. 머리는 똑똑하지만, 공감과 배려가 없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인물이 되는지는 여러 사건사고는 물론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그려지고 있어. 

 

이게 끝이 아니란다.

사회성 지수를 말하는 'SQ', 네트워크 지수를 말하는 'NQ'라는 신조어들이 마구 생겨나고 있어. 'SQ'는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말하고, 'NQ'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해.

 

왜 자꾸만 이런 말이 생겨나는 걸까?

하나로도 벅찬데, 우리는 왜 더 많은 지능을 획득해 가야 하는 걸까?

 

요즘 시대,
그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한 '성인지 감수성'

 

미안하지만 우리 사회화 시대는 더 복잡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단다.

먹고살기 위해 생존에만 목을 매던 시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 먹고사는 것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된 인류는 저마다의 다양성을 찾기 시작했어. 그래서 '성(性)'조차 고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아빠가 말했었지? 다양성의 순기능은 사회를 활기차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역기능이 있는 법이야. 다양성이 더 다양해질수록 갈등을 늘어나게 돼.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바라고, 아직 그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 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자꾸만 늘어가니까 말이야.

 

어쩔 수 있겠니.

우리네 인류의 생존 방식이 이런 걸. 진화하고 거듭나고,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법칙은 누가 만들지 않았어도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법칙이란다.

 

그래서 말인데, 이젠 IQ, EQ, SQ, NQ보다 더 중요한 'GS(Gender Sensitivity)'를 알아야 한단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Gender'는 생물학적 성의 구분을 넘어, 사회적으로 행하는 역할을 말해.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UN 여성대회에서 처음 사용이 되었고, 그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은 건 아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성별 차이로 인해 발새하는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 내는 민감성'으로 정의되고 있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책 입안이나 공공예산 평성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활용하고 있단다. 화장실을 설치할 때 남녀의 화장실 이용 시간이나 형태를 고려하여 화장실 개수를 정하는 것이 하나의 예일 수 있지. 

법률 분야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되는데,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의 성범죄 사건에 자주 사용돼.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건 2018년 대법원 판결이었어. 이 최초 판결은 한 대학교수가 여학생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희롱을 범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자, 해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제2심 법원은 학생들이 이 대학교수에게 좋은 강의 평가를 남겼기에 성희롱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지. 이를 뒤집은 건 바로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판결이었어. 피해자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거지. 여전히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가 존재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제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한 거야. 이로 인해, 피해를 당하면서도 가해자에게 휘둘리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을 수 있다는 거지.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
고정관념과 새로운 관념의 충돌

 

'남자 새끼가 울긴 왜 울어?'
'여자가 그렇게 시끄러우면 어떡하냐?'

 

전통적으로,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건 사실이야. '고정관념'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빠는 생각이 조금 다르단다. 고정관념은 말 그대로 '고착화된 하나의 개념'이야. 고착화되었다는 건 반복되었다는 것이고, 반복은 생존하기 위해 계속되어 온 무엇을 말해. 원시 시대에 남자는 나가서 먹을 것을 잡아 오고, 여자는 아이들을 낳고 육아에 매진했던 건 생존과 번식을 위해 행해졌던 역할 분담이었어.

 

하지만, 세상과 시대가 변했지.

더 이상 나가서 맹수와 싸우지 않아도 되고, 결혼과 임신 그리고 육아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된 거야. 이렇다 보니, 수 만년을 그렇게 살아온 관성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거고 고정관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우리 인류가 이렇게 크게 변화하고 새로운 세상에 놓이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거든. 

 

중요한 건, 고정관념을 무조건 터부시 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러한 관념이 생겼는지를 파악하고, 그래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어떻게 새로운 관념을 쌓아가느냐... 하는 것이야. 그러하기에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지.

 

잠시, 아래의 광고를 볼까?

왼쪽을 보렴.

아빠와 엄마, 한 아이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 놀랍게도 최근 이 모습이 미국에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어. 맥도널드 재팬 공식 트위터에 '특별하지 않아서, 행복한 시간'이란 문구와 함께 가족이 맥도널드를 즐기는 애니메이션이 올라왔는데, 어느 사람들은 '너무 평온해 보인다'라는 반을 보였지만 누군가는 '동성 가족이 아니라서 화가 난다.'란 말을 남기며 논란의 불씨가 커졌어. 여기에, 미국 맥도널드 엑스가 공개한 광고까지 다시 불려 오며 논쟁이 커졌는데, 해당 광고엔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우리를 죽이는 행동을 멈춰달라'라는 장면이었어. 그러니까, 미국은 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광고를 하고 있고, 일본은 그러하지 않기에 문제가 된다는 걸 말하는 거지. "일본은 다인종 자녀가 없거나 LGBT 커플이 등장하는 광고를 싫어하는 것 같다."라는 말고 함께

 

새로운 관념의 충돌. 갈등.

 


 

사실, 아빠는 이러한 사회와 시대가 좀 무서워 보이기까지 해.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은 실상 성별 간의 불균형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처럼 사람과 사람, 관념과 관념을 나누고 갈라버리는 이데올로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이것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정반합'이란 '변증법'은 우리가 반복해 온 역사이니까.

 

옛 시대엔 머리 좋은 게 우선이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면서 챙겨야 할 지능이 더 많이 생겨났단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이 상당하고.

지금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이 알고 보니 맞는 거였다는 걸 지혜롭게 알아차려야 한단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은 무엇인가.

그것이 누군가에게 아픔과 상처가 되는 건 아닌가.

 

내 마음을 살펴라.

상대방을 배려해라.

 

맞고 틀리고를 판단하지 말고, 수용하고 포용해라.

서로 이해하면 맞고 틀림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란다.

 


 
아들아, 나는 너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아들에게 전하는 인생, 마음, 진리, 지혜에 관한 조언. 앞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아들에게 아버지이자 인생 선배로서 먼저 삶을 살아오며 느끼고, 깨닫고, 배운 것들을 전한다. 삶에서 어떤 것을 마음에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야 하는지, 가치롭게 대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삶의 자세에 대해서, 세상과 자신을 유연하게 대하는 법 등을 이야기한다. 이제 막 자신의 꿈을 펼칠 시기에 있는 이들이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굽어보고, 항상 ‘왜’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며,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조언들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은 세상의 부모들이라면 공감하면서 아낌없는 응원과 마음의 유산을 전할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스테르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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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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