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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을 선택하는 시대 [아들에게 보내는 성교육 편지]

아들에게 보내는 성교육 편지

by 스테르담 2024. 5. 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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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가을.
충격적인 커밍아웃.

 

1997년이었다. 그리고 가을이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아빤 가장 친한 내 친구 녀석과 라면을 끓여 먹고 TV를 보고 있었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꼬리표를 달고, 내게도 녀석과 같은 꼬리표가 있던 말 그대로 베프였던 녀석. 그런 녀석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고백을 했어. 자기 너무 힘들다고. 정체성에 혼란이 왔고 아무래도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다행히 그 '남자'에 내가 포함이 되지 않아 우린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 방송인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해서 대한민국을 들썩하게 만들기 딱 3년 전 일이었단다. 그러니 친구 녀석의 고백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어마어마했지. 문화충격은 기본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의 고민을 몰랐다는 데에 대한 미안함과 그동안 솔직히 말하지 않은 녀석에 대한 아쉬움이 한데 뭉쳐졌기에. 3년 후,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으로 대한민국을 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그래서 아빤 들썩이지 않을 수 있었지.

 

가장 친한 친구의 개인적인 커밍아웃. 유명 연예인의 공개적인 커밍아웃이 있었던 그 때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 시장의 주례 하에 '합법적'인 동성부부 4쌍이 탄생했어. 2001년 4월의 일이었고, 이 날은 동성결혼이 세계 최초로 '합법화'된 날이야. 이제 막 동성애가 담론화 되고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그즈음에 네덜란드에서는 그들의 결혼식이 이루어진 것이지. 그것도 '합법적'으로. 심지어 그들은 아이들을 입양해 키울 수도 있었어. (2000년 9월 커밍아웃과 동시에 사회에서 매장되다시피 한 홍석천 씨는 이 결혼식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분이 어땠을까.)

 

아빠는 그렇게 친구의 고민과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단다.

아빠가 이성을 좋아하는 것처럼, 친구와 같이 동성을 좋아할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말이야.

 

'Fisher Man'이 아니라
'Fisher Them'?

 

영국 국적의 유명 가수 '샘 스미스'를 잘 알 거야.

'Stay with me'라는 노래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른 'I'm not the only one'라는 노래로 유명해. 멜로디를 들어보면 단박에 알 수가 있지. 그런데 최근 그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논바이너리 젠더(Non-binary Gender)'를 표방하고 있거든. 1집 발매부터 그는 스스로를 게이라고 했지만, 2019년부터는 자신을 논바이너리라고 소개하고 있어.

 

한 방송에서 진행자가 그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질문했는데, 그는 낚시를 좋아한다며 어부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 어부는 영어로 'Fisher Man'으로 통칭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Fisher Them'이 되고 싶다고 했어. 즉,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논바이너리 젠더'라는 걸 다시 한번 더 강조한 거야. 영국 시사프로그램에서조차 문법적으로 성립이 안된다며 그를 조롱했지만 그는 'He'도 아니고 'She'도 아닌, 또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런 그의 행보에 응원을 하는 사람과 비난을 하는 사람이 둘로 나뉘고 있단다. (물론, 아빠와 같이 응원도 비난도 하지 않는 제3 영역에 있는 사람도 있지만...)

 

얼마 전엔 승무원과 한 탑승객이 논쟁을 벌였는데, 이유는 '성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어.

외모로는 여자이지만 스스로를 남자라 칭하며 탑승 정보란에 'Male'을 선택한 승객에게, 승무원이 정보가 다르다며 내리라고 했거든. 과연 누가 맞는 걸까. 아빠도 혼란스러웠단다. 그 승객은 내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처럼, 생물학적으로 나누는 '성(性)' 외에도 또 다른 기준으로 성을 나누는 걸 '젠더(Gender)'라고 해. 

생물학적으로보단 사회적으로 성을 구분하는 말인데, 맥락과 본인의 의지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해. 위에 언급한 샘스미스나 본인을 남자라 표기한 승객처럼 말이야.

 

'젠더'란 말은 1955년 성과학자 존 머니를 필두로 생물학적 성과 역할로서의 젠더라는 용어를 처음 구분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까지는 별로 쓰이지 않았다가, 이후 페미니스트 이론에서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의 구분을 받아들이면서 점차 통용되기 시작했어. 

 

 

'성(性)'을 선택하는 시대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합하여 부르는 말이야. 최근엔, 여기에 'AIQ'라는 말이 덧붙여져서 'LGBTAIQ'라고 부르기도 해. 각각, 무성애자(Asexual)', '간성(Intersex)', '정체성에 의문을 품은 사람(Questioner)'를 의미한단다. 여기서 끝이 아니야. 범성애자와 크로스드레서 등의 개념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어.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퀴어 퍼레이드'라는 성소수자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이는 사회적으로 찬반 논쟁을 양산하고 있지.

 

왜 이처럼, 이 시대는 '성'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물음의 근원은 '정체성'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거야.

생존을 위해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고, 자손을 번영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인류의 DNA는 현대 사회에 이르러 번식보다는 개개인의 행복과 욕구에 몰두하게 되면서 변화를 겪고 있는 거지. 생물학자인 E.O. Wilson은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 비해 감정에 대한 지능이 높다고 주장해. 동정심과 협동심이 강하고, 적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연구 결과도 내어 놓았지. 이와 같은 이타적이고 집단에 도움이 되는 특성 때문에 번식을 하지 않음에도 동성애 유전자가 생존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어. 호모사피엔스의 불완전함을 커버할 수 있었던 건 사교성이었고, 이를 통해 공동체가 형성되어 수십만 년을 생존해 왔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 전제야. 동성애 유전자도 이성애 유전자와 같이 자신만의 이점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며, 25명 중 2명에 달하는 사람이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음으로 사회 체계와 공동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가설이 현대 사회에 이르러 힘을 받고 있어.

 

금기시되어온 사회적 틀의 압박이 하나 둘 허물어지게 되면서, 그리하여 지금의 시대엔 스스로의 '성(性)'을 규정하고 선택하는 빈도가 높아진 거야.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영향과 변화는 무엇일까?

 

아무도 알 수가 없겠지.

인류의 역사는 이미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니까.

 

다양성엔 서로의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갈등 또한 무조건 나쁘다기 보단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인류는 생존에 민감한 류이니 또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지 않을까 해.

 

'성(性)'에 대해 탐구해라.

성에 대한 타인의 선택을 존중해라.

왜 우리의 성은 지금과 같은지 사색해라.

내가 가진 성으로 해야 하는 역할을 돌아봐라.

 

성에 대한 선택은 자유이지만, 자유라는 권리는 언제나 그렇듯 책임을 수반하는 가볍지 않은 단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들아, 나는 너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아들에게 전하는 인생, 마음, 진리, 지혜에 관한 조언. 앞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아들에게 아버지이자 인생 선배로서 먼저 삶을 살아오며 느끼고, 깨닫고, 배운 것들을 전한다. 삶에서 어떤 것을 마음에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야 하는지, 가치롭게 대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삶의 자세에 대해서, 세상과 자신을 유연하게 대하는 법 등을 이야기한다. 이제 막 자신의 꿈을 펼칠 시기에 있는 이들이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굽어보고, 항상 ‘왜’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며,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조언들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은 세상의 부모들이라면 공감하면서 아낌없는 응원과 마음의 유산을 전할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스테르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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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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