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저서의 서평을 읽다 보면, 작가명을 보고 저자가 외국사람인 줄 알았다는 분이 꽤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 사람 정서가 느껴져서 제대로 다시 보니 작가가 한국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이해합니다. '스테르담'이란 필명은 뭔가 익숙하면서도 꽤나 낯섭니다. 저도 제가 '스테르담'이란 이름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필명을 지으라고 한다면 한자나 한글로 무언가를 조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느 단어들의 조합이나, 축약을 통해 넌지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지 않았을까요. 분명 그랬을 겁니다.
2015년이었습니다.
글쓰기가 삶에 훅 하고 들어왔고, 써야 한다는 소명과 사명으로 브런치를 시작하고, 필명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요. 필명을 짓지 못해 글조차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브런치는 계속하여 제게 필명을 지으라고 종용했습니다. 무엇으로 지을까, 어떻게 지을까.
당시 저는 회사의 부름을 받아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근무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를 걷다가 어느 박물관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유명한 'City Letter'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Amsterdam, Iamsterdam I am Sterdam
글쓰기는 제게 있어 하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실마리였습니다.
글쓰기와는 전혀 상관없던 제가 글을 써야 했던 건, 숨 쉬기 위함이었고 그 숨은 코와 폐를 위함이 아니란 걸 영혼으로 깨달았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묻는 질문은 올바른 답만 말하기 위해 살아왔던 저에게 과분한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체성'을 고민하던 와중 와닿은 문구.
'I am Sterdam'
'나는 스테르담입니다.'
아, 이거다.
'Amsterdam의 City Letter'는'나는!!!!!'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저에게 있어, '나는'이란 말에 현혹될 수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스테르담'이란 이름을 필명으로 쓰자고 다짐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저는 브런치에 '스테르담'이란 필명을 등록하고는 미친 듯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글을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서럽게 갇혀있고, 또 흐릿하게 엉켜있던 정체성들이 봇물 터지듯 뿜어져 나왔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내어 놓는 글쓰기'의 시작이었습니다.